가천대학교 구성원들간의 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해 기획된 바람의 초단박 깨알 공감, 발언, 소통 프로젝트, 가천의 소리!
발언자가 직접 발언할 장소를 선정하지만 발언주제는 바로 '여러분 자신' 입니다.
가천의 소리 속 [가천인 이야기].
가천대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의 고민, 어려움, 장애물, 성취, 기쁨, 기대, 그리고 지금의 '나' 를 만든 소중한 것을 나눕니다.
가천대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누구든지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천인 이야기 # 12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문기강 ( 섬유미술 3 )
1분 1초가 아쉽게 흘러가는 일요일 저녁,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즐거운 담소와
홀로 나만의 시간을 쌓고 있는 사람들로
연말의 분위기가 솔솔 흐르는 올해 마지막 달의 첫 시간에
천호동의 모 까페에서 오늘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음악과 미술과 운동을 정말 사랑하는 주인공은
3학년을 마치고 올 초부터 휴학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3D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에 제작스텝으로 참여해
내년에 극장개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솔직함으로 똘똘뭉친 문기강 학우와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저는 경원대학교 06학번으로 섬유미술학과에 입학해서 학교 다니다가 올해 초에 공부를 하려고 휴학을 했습니다. 지금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명동에 있는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제작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센터에는 '돼지의 왕(2011, 연상호 감독)'을 만든 '다다쇼 스튜디오'가 있는데 현재 거기서 3D 모델링, 에니메이팅을 맡고 있습니다. 복학은 내년에 할 예정입니다.
교내 동아리활동, 천하대장군.
천하대장군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록음악을 하는 동아리에요. 쉽게 말해서 록 음악을 주로 하지만, 밴드로서 할 수 있는 음악을 해요. 1학년때부터 시작해서 2008년도 초까지 활동하다가 탈퇴했어요.
천하대장군이 제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말하긴 힘들거 같아요. 학과생활하고 동아리활동까지 같이 할 틈이 많이 없었어요. 동아리 선배님들은 제가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고 참여하길 바란 편이었지만 학과에서는 과제도 있고, 공부나 학과행사도 있어 양쪽 다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동아리 활동할 때 공연이나 합주는 재밌었지만, 그 외에는 시간에 많이 쫓겼던거 같아요.
동아리활동이 실력향상에 미치는 영향
객관적으로 본다면 실력이 늘었죠. 아무래도 동아리는 모임이다 보니까 저보다 음악경력이 더 많은 사람도 있었어요. 원래부터 음악하는 선배들도 있었고, 방송에 나오는 선배들도 있고요. 1학년끼리 팀 만들어 합주하다보면 선배들이 와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기도 하면서 연습하다보니 실력이 늘 수 밖에 없어요. 동아리 활동하면서 아쉬운 점은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느낄텐데, 아무래도 밴드는 여러명이라 모두 취향이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이죠. 모두 다 똑같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건 뭐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되는거에요.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완전히 제가 하고싶은걸 한 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재밌진 않았어요. 하지만 동아리는 사실 어디까지나 프로 뮤지션이 하는 걸 따라하는 거잖아요. 그걸 굳이 아쉽다 생각하는게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죠. 우리는 입문자니까. 내가 원하는 음악을 동아리 사람들도 하기 힘들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내가 소화하기도 힘드니까. 아쉽다기 보다는 우린 초보자들이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물론 좋은 결과도 있었어요. 공연 전까진 계속 연습을 해서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에서 공연하는거니까요. 초보라 실수는 있겠지만 그걸 감안했을 때 대체적으로 잘 하는 편이었어요. 다들 잘 했죠. 공연은 입문자들에게 분명히 힘든 부분이에요. 자기가 음악을 들을 땐 쉽게 몰입이 되는데 막상 스스로 음악 할 때는 남들에게 전달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냥 들을 때는 가만이 있어도 되는데 할 때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걸 관객에게 보여줘야 하는걸 머리속에 염두에 두기 때문에 어려워요. 할 때와 들을 때는 분명 다른거 같아요.
후회? 보람?
솔직히 말하면, 동아리 활동할 시간을 조금 줄이고 내 공부를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그래도 동아리 활동할 때는 재미있었어요. 신입생 때는 동아리 활동도 해보면서 취미활동도 한 번 해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로 끝내라"(웃음) 나중에 나이들어서 후회합니다. 취미는 취미로 끝내야지 취미를 자기 생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하면 나중에 후회해요. 물론 취미가 생업이 되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나의 섬유미술학과.
올해 초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있는데, 작년에 한창 얘기가 나왔어요. 학과 분위기는 굉장히 안좋았고요. 학과에 애정을 갖는 학생들은 과가 없어지면 당연히 안좋겠죠. 후배도 못받으니까. 신입생 입장에서는 선배하고만 학교생활을 해야한다는 부담도 있었을테고요. 커리큘럼도 문제가 많았어요. '왜 섬유미술과에서 이런걸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전공과 상관없는 수업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섬유미술과인데, 메이크업 수업을 한다거나. 요즘에는 문신에 대한 수업도 생겼어요. 섬유미술 관련 작품을 만드는 수업도 있긴 한데 그런 건 3학년 때나 배울 수 있는거고, 저학년 때엔 전공과 전혀 관련없는 수업도 전공으로 들어야 해요.
전공수업이 진로와 결정하는데 안 좋은 쪽으로 도움이 되었죠. 전공을 하면서 '아 이걸 내가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우리 학과를 보자면 좀 더 실무적인 수업들이 더 많아졌으면해요. 지금 너무 작가 위주로의 수업만 남아있거든요. '작가'라는 건 쉽게 말해서 자기 자본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서 미술관에 전시하는 사람들을 말해요. 자기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이고 처음부터 자본이 많이 있어야만 해 볼만한 직업이죠. 물론 작가가 되고싶은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다들 성인이고 졸업하면 20대 후반인 점을 너무 고려 안하는 것 같아요. 과에서 너무 작가 위주로 커리큘럼이 이뤄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조금 더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을 추가해서 더 전문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공과는 전혀 관련없는 수업도 있고 그런 수업들이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그걸 다 배우면 결국엔 겉핥기 식으로 조금씩 배우다 끝나거든요. 상관없는 수업을 없애고 전공수업을, 예를 들어 위빙(베틀 짜기 수업) 1,2,3이런 식으로 이어나가서 배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겉핥기가 아니라 깊게. 우리학교에서 의상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으었면.. 사실 처음엔 의상쪽도 생각했었거든요. 선배들 얘기도 들어보고 수업도 들어보고 결정을 내린게 다른 길을 찾는게 더 좋겠구나 했죠.
의상 쪽으로 진로를 찾은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는 학교에서 배운게 아니라 따로 배운 케이스고요. 학교에서 길을 찾은게 아니라 학교 밖에서 길을 찾은 케이스죠.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시간이 더 소요돼요. 학교에서 제대로 배웠어도 될 걸 학교수업도 듣고 따로 학원에서 공부도 해야되는 상황입니다. 전공으로 섬유미술을 배우는 건 맞는데 학교 내에서 배울 수 없으니까 밖에서 배운거죠. 여전히 학교는 등록금을 내면서 다녀야 되고요.
휴학, 그리고 3D 애니메이션 제작 참여.
지금 만들고 있는게 3D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제 진로를 애니메이션 자체로 나갈 생각이라기보다는 제가 3D라는 기술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는거죠... 바라보는 입장에서 국내 업계의 전망은 글쎄요. 지금같은 상황을 계속 지속하지 않을까요. 딱히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예전부터 힘들었으니까요.
해외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일단 해외 기업이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는 영향력이 가장 큰 편이죠. 메이저는 메이저니까. 당연히 메이저에서 일하고 싶은건 당연한거죠. 일단 제가 배우고 있는 3D는 애니메이션, 게임이냐 다른 여러가지 길도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갈래는 아직 정하진 못했지만 일단 내년에 문화컨텐츠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겠죠.(웃음) 어쩔 수 없어요. 정책에 따라 우는 사람, 웃는 사람 가려지니까요. 최종적으로는 제가 쌓은 실력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처음엔 회사에 소속되서 다른 작품 제작에 참여하면서 실력과 자본을 쌓고, 40~50대 쯤 연륜이 생길때 제가 감독이 되서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만든 작품이 잘되서 사람들 입에도 자주 오르내린다면, 그 하나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인생을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해도 될 것 같아요.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지난 학교생활에 남은 아쉬움?
제일 큰 아쉬움은 내 진로를 늦게 정한 것. 좀 더 일찍 정했다면 좋았을텐데..... 진로를 늦게 정한 이유라고 해봐야, '생각이 없어서'....20살, 21살 되고 '대학왔으니까 놀아야지~' 이렇게 된거 같아요. 진로를 늦게 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없었다는 거죠. 학교에서는 갓 성인이 된 어린 학생들에게 자기 독립을 할 수 있고 개척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잖아요.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우리학교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부재가 학생들의 독립을 늦추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아무래도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실무활동에 학생들을 투입해서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하고 경험을 쌓게 하면,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거잖아요. 내가 학교에서 무얼 했는지 학생들이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지금 그게 부족하죠.
학생만의 노력으로 될 수 없는 것.
일단 커리큘럼을 바꿔야해요. 커리큘럼을 전문적으로 깊게 배울 수 있도록. 이것저것 한번씩 해보고 끝나는게 아니라 하나를 끝내면 그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학생들이 학업에 더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요. 1학년 때는 뭘해야 하는지 모를 때니까 이것저것 해볼 수 있지만, 늦어도 2학년부터는 전문적으로 학업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봤을 때 스스로 노력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어느정도 되어야 돼요. 적어도 20대 중반은 되야죠. 왜냐면 입시제도라는 것 자체가 학생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고등학생들의 목표는 '대학 가는 것', 그거 하나 밖에 없잖아요. 그럼 19년동안 대학만을 위해서 살아온 애들이 그 다음 목표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더 겪어보고나서야 가능하죠. 학생들이 자기진로를 개척하려고 노력할수 있게 하려면 제도가 바뀌어야해요. 시스템이 바뀌어야죠. 우리나라에선 대학에 가려는 학생의 수요가 많다보니, 대학교가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대학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일할 기회가 사실상 굉장히 적어요. 그 점 때문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일단 좋은 대학부터 나오고 보자'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 환경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입시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갓 성인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19년동안 공부했으니까 이제 놀아야지.' 그거에요. 사실 학생의 노력보다는 학생이 노력을 할 수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해요.
앞으로의 계획?
원래 올해 휴학한 이유가 포트폴리오를 만드려고 한건데, 좀 만들다보니까 돈도 필요하게 돼서 지금 잠깐 작업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내년에는 학교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하거나 졸업하고 작업을 해야죠. 졸업하자마자 취직할 계획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엔 힘든 상황이 된거 같고.. 그래서 졸업하고나서 계속 포트폴리오만 만들거나 해서 취업을 해야죠. 학원다니면서 남는시간동안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별건 없어요.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단 내가 하려는 분야에 실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어떤 분야로든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만능엔터테이너죠. 저는 음악도 좋아하고 미술, 운동도 좋아하니까요. 여러가지를 섭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예전부터 꿈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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