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학교 구성원들간의 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해 기획된 바람의 초단박 깨알 공감, 발언, 소통 프로젝트, 가천의 소리!
발언자가 직접 발언할 장소를 선정하지만 발언주제는 바로 '여러분 자신' 입니다.
가천의 소리 속 [가천인 이야기].
가천대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의 고민, 어려움, 장애물, 성취, 기쁨, 기대, 그리고 지금의 '나' 를 만든 소중한 것을 나눕니다.
가천대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누구든지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천인 이야기 # 8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은
느리게 걷는 스무살.
백현빈 ( 행정 3 )
단풍은 울긋불긋 그림처럼 물들고
날씨는 정말 꿀처럼 달았던 일요일 오후,
휴일의 적막하고 고요한 공기로 둘러싸인 까페에서
쉬는 날임에도 조별과제를 준비하러 학교에 나온
오늘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본래 10학번으로 3학년 2학기지만
본의 아니게 이번학기가 졸업학기가 된 백현빈 학우는
놀랍게도 이제 갓 성인이 된 스무살이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나이를 초월한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경기도 차세대위원회, 행정안전부 체험기자단 아띠2.0,
용인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활동에
그리고 알찬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까지.
확실히,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 시기하는 사람은 없었나?
모르겠어요.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르잖아요. 일일이 만나는 인생의 선배님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계시는지는 잘 모르죠.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 없이 대해주시려고 굉장히 배려를 해주시는구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냥 똑같이, 같은과의 학생처럼, 같은 집단의 학생처럼 친근감있게 해주시는구나, 그래서 저는 오히려 많이 감사했어요. 특별히 저를 시기하신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고, 또 그러지 않으실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모르죠. 또 이제 졸업하고 나면 두고두고 그XX.....라고 뒷담이 오갈 지 모르지만(웃음) 그건 아닐거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오히려 많이 배웠죠. 저도 나중에 살면서 제 삶의 후배가 생긴다면, 이런 선배님들의 마음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백현빈은 누구인가?
드라이하게 이야기를 하면 행정학과 10학번 3학년 백현빈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저는 저 스스로를 느리게 걷는 사람이라고 얘길하고 싶어요. 사실 아침엔 되게 바빠요. 일반적으로. 제가 3년동안 지각을 서너번 정도 했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이번 학기에 금요일에 오전 10시 반에 있는 수업 하나에 지각을 두번을 한거에요. 멘붕이 오더라고요. 근데 진짜 아침에 뛰어갈만큼 바빠지고 그러니까 사실은 느리게 걷는다는건 어찌보면 상반된 의미이기도 한데 어찌보면 발걸음은 빨라도 생각은 좀 느리게 걸어가는 것이 필요하고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던 것 같아요. '나는 느리게 걸어야 한다, 나는 느리게 걷는 사람이다.' 그렇게 얘기를 하게 되면은, 생각이 느리게 걷다 보니까 빨리 달리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런 것들의 의미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 느리게 걷는 것이 어찌보면 사람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는 제일 좋은거 같아요. 그리고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뭔가 생경한 것을 발견하게 될 때 스쳐가는 건 아닌거 같아요. 너무 빠르게 스쳐가면 관성적으로 내눈에 보이는 것만 보이는데 느리게 걷다 보면 못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은 못보던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 것을 새롭게 느낄 때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하는 굉장히 놀라운 것들을 체험하게 되고, 그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저를 느리게 걷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만 바라본다면 현재 스무살에 대학졸업반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
초등학교 고학년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이런 방법이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에 입학해서 네가 더 관심있는 세부전공을 좀 더 깊이 공부해보는 방법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니까. 저는 집에서 아무래도 저 혼자 결정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가족들과 상의를 하고 고민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선택을 하게 되서 중학교 졸업검정고시를 2006년 8월에 통과했고, 그 이듬해 4월에 고등학교 졸업검정고시를 보고 통과하고, 그렇게 해서 1년 안에 그 두개는 마쳤던 거 같아요.
공부가 그렇게 쉬웠나?
공부가 쉽고 어려운 것 보다도 학교가 나름대로 하나의 사회적인 안전망이 되고 이 안에서 세상이 또 생기니까 바깥 세상보다는 내가 학교에서 살아가는, 대학의 과 친구들, 과 생활들, 교수님들, 수업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거고, 중고등학교라면 과목선생님들, 중간시험, 기말시험, 학원에 관심을 가질텐데, 아무래도 학교에 관심이 있는 것을 빼버리니까 세상이 직접 보이더라고요. 좋은 점은 시간은 빨리 가더라도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 거니까 그래서 느리게 걷는 것도 가능할 수 있었고, 그만큼 또 머리 속이 복잡해 지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불만도 생기고. '왜 이거는 이렇게 불투명 한거지? 왜 이건 정의롭지 못한거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불만도 생기기 시작했는데, 세상의 신기한 것들을 더 많이 느껴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의구심을 가지고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오히려 불만이 늘어난 단점도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궁극적으로 지금까지 봤을 때는 이렇게 온 길이 솔직히 말해서 전혀 후회되지 않아요.
놓친 중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저같은 경우는 그렇게 아쉬운 건 없었던 거 같아요. 그 때 못채웠던 것을 대학에 들어와서 외부활동도 하면서 조금 더 많이 채울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 과정이 지금의 대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또는 그 이상의 뭔가 사회생활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선택에 있어서는 먼저 생각하고 성찰하고 나서 출발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가족들의 모습도 알고 삶도 더 이해하고 부모님이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저한테 바라는게 무엇인지 더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시간이 더 많이 생기니까.
또래보다 몇년이나 앞선 공부. 이루고 싶은 비전은?
기본적으로 문학작품이든 시든 한편의 작품이 나오려면 단어 하나하나가 굉장히 선택이 힘들어요. 정말 소위 한국사회에서 훌륭한 시인이라고 하는 분들, 세계적으로 정말 좋은 시를 썼던 분들을 보면은 시 속의 단어 하나하나도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수많은 단어에서 묻어나오는 힘도 다르고 결국은 그 힘이 모여서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시가 완성이 되는 건데 제 삶도 한편의 시하고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단어를 던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저와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이 저한테 어떤 얘기를 해주거나 인생의 단어를 더해줌으로써 그런 꿈들이 여러개가 모이고 투영이 돼서 최종적으로 제 꿈, 제 삶이라는 하나의 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네 꿈이 뭐냐, 그러면 반대로 항상 물어봐요. '제가 뭘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결정이 안되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나를 봤을 때 생각하는 꿈이 내가 정말 해야하는 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거죠. 어찌보면 수동적일 수도 있는데 그게 가장 적극적인 거고, 그리고 그 사람들의 꿈이 투영이 돼서 만들어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들었던 얘기들을 제가 나름대로 종합을 해보면 그래도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게 제가 이뤄가야 하고 제가 이뤘을 때 가장 행복한 꿈이 아닐까 생각해요.
▲백현빈 학우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pgm3818)
백현빈이 보탬이 되고 싶은 '사람사는 세상'
요즘 보면 딱 두가지가 있어요.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거에 대해서 계속 가열차게 채찍질을 하는 사람이 있고, 또 한쪽은 저거봐라, 저거 완전 속물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어찌보면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자라게 하는 것도 아니고 속물인 것도 아니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을해요. 어떤 측면에서 봤을 때 사람사는 세상은 만들어지고 있고 또 제가 성과를 냈다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그것이 작은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것은 사람사는 세상의 특징들을 실현해 나가는것, 그게 저의 구체적인 꿈이라고 해요.
사람사는 세상?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원래 사람사는 세상이란 말은 인간성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었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늘 바라던 모습과 제가 나름의 바라는 모습을 덧붙인다면 크게 세가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첫째가 그 사람 다움을 존중해줄 수 있는 것. 제가 어렸을 때 처음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머니께 그 의미를 여쭈었는데 예닐곱살 아이에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사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그 사람 답게 만드는 것이란다'라고 하셨어요. '그게 뭐야?'하니까 설명을 더 하셨는데 기억은 잘 안나요. 근데 정말 느끼는 건 사람에 대한 사랑이 사람 사는 세상의 1번이고, 그 사랑이 적어도 제가 봤을 때는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하는 거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속물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모자라다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에서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 제가 등단을 해서 시 창작을 하고있다 보니까 문학적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지금 그 자리에서'라는 말이거든요. 그만큼 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 모습 그 자체를 존중할 수 있고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게 사람사는 세상의 가장 먼저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도 가져야 하고 나도 가져야 하고 너도 가져야 하는 인식이라고 믿고있어요.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자리에서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두번째는 행정학도로서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 얘기하고 싶을 때 얘기할 수 있고 그 목소리가 충분히 울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광장에 가보면 1인시위가 굉장히 많아요. 어찌보면 그 한사람의 목소리가 우리가 바빠서 그걸 잊고 지나가고 정부도 미처 신경을 못 쓸 때가 있는데, 그 한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은 가치로 인정해 줄수 있는 것, 예를들어서 돈이 많은 사람이 시위하든, 가난한 사람이 시위하든, 학벌좋은 사람이 시위하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시위하든, 외국인이 시위할 때나 한국인이 시위할 때나, 시위가 아니더라도 내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때는 그 목소리의 가치를 똑같이 인정하고, 판단하는 건 시민이 몫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목소리가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똑같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서 참여의 기회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세상이 그 두번째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는 시가 부활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시인이라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제 말은 '모두 시를 쓰자' 이 말이 아니고요. 단지 우리 마음에 시적인 감성이 부활해서 가장 인간의 마음, 감정을 충실하게 드러내고 그 마음이 모일 수 있는 세상이길 꿈꾼다는 뜻이에요. 주말에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연락을 잘 못합니다. 다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는데, 그렇다 보니 서로 사랑하고 사람이 만나는게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면 만날 의지도 없어지고 단절이 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사람이 단절되다보니 때로는 자기만의 영역에 갇히게 되고, 자기 개성은 나타낼 수 있는데 그 개성이 나와서 다른 이와 다르다는게 나타나야 개성이잖아요. 근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이 모이는 장이 없어지고 그런 공간이 부족하니까 인간적인 가치에 있어서 우리 마음이 느낄 수 있는 공동체적인 가치가 위기를 맞고있는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사람사는 세상을 목표로 가진 결정적인 계기는...... 의외로 아주 작은 것이었어요. 어느 날 동네를 지나가는데... 보통 길가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잖아요. 초등학생쯤 되는 꼬마가 나무를 발로 걷어차고 있는 거에요. 왜그런가 보니 주변에 마땅한 놀이공간이 없던 측면도 있어서 갖고 놀 장난감으로 가로수를 선택했던 거 같고, 또 그 친구가 혼자있었는데 딱히 놀거리가 없었던 거라고 볼 수도 있고, 또 게임을 하고 있었다면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를 베어내고 잘라내는 근성이 남아서 그걸 하고 있을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 어머니 아버지세대는 어떻게 놀았는지 당시의 놀이문화를 집에 가서 여쭤봤죠. 그 때 답을 해주셨던게...... 그때는 마을 어귀에 조금만 내려가도 개울물이 흐르고, 물고기 잡고 놀고, 그때는 동물이 죽으면 한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무라는 생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근데 사실 오늘날 그건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나무 한 그루 볼 시간이면 차라리 이차방정식을 외워야지. 그러니까기본적으로 공동체의 가치 못지 않게 자연과 내가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성찰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이런것들을 느낄 수 있는 건 그거에 대해 한번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수 있는 건데, 그 할머니가 떠오르더라고요, 구미에서 불산가스누출사건 터졌을 때 가축들도 불산의 영향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어느 할머니께서 인터뷰에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근데 그게 "보상금을 내놓으라카이" 이런게 아니고 "제발 야(가축)좀 살려주이소, 야 땅에 묻혀 죽으면 나도 땅에 같이 묻혀 죽을랍니다" 하는 거에요. 그걸 가지고 이문재 시인이 신문칼럼에서 '이 할머니가 진짜 시인이다. 이 할머니는 생명을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가지는 의미 자체를 느끼고 계셨던 거다. 할머니에게 가축은 이미 한 가족이었던 거다'라고 했어요. 만약에 그 할머니가 그 동물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나, 아니면 우리가 자주 안만나는 사람이든 나무든 그 존재 자체를 봐주고 존재에 몰입을하고 존재를 생각해보는 그런 마음을 모두가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 소외가 되거나 배제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사람사는 세상을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잘먹고 잘사는 세상일 수도 있고, 모두가 100% 취직이 되는 세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정권이 교체되는 세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수 있는데 그런것 보다도 제가 생각했을 때는 각자의 가치가 존중이 되고 각자의 목소리가 인정을 받고 우리가 시인의 눈으로 각자의 외면까지도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요.
이렇게 얘기하면 둘 중 하나예요. 아 백현빈이는 이걸 다 실천하고 있구나, 대단하다. 혹은 저거 사기꾼이다 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사실 두가지 다 아니에요. 대단하다 할 수 없는게 종교적인 얘기지만 말에 힘이 있다, 말에 능력이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보면 내가 얘기한대로 된다는 믿음을 가지는 거죠. 저도 종교를 떠나서 제가 일부러 머리로 끊임없이 느끼고 선포하면 최소한 그렇게 살려고 흉내라도 내기 때문에 적어도 조금씩은 미세한 변화는 생기는 거 같아요. 제 꿈은 크지만 그걸 목표로 잡아놓고 거기에 대해 늘 100프로 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달려가려고 애를 쓰는 거죠. 글쎄, 제가 성공할까요?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꿈을 이루는 노력에도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건?
어렸을 때 제가 좀 희한했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애들은 뛰다가 넘어지고 다치고 까지고 그러는데 저도 부모님 말씀 들어보면 애가 아니었다 싶을 정도로 이상했던게 물건을 누가 줘도 살짝 만져보고 이게 좋은 물건인가 아닌가 체크해서 잡았다 그러고, 항상 난간을 잡고 걸었대요. 정말 직립보행을 해서 뛰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5~6살때까지 다친적이 손을 꼽는대요. 어찌보면 그렇게 신중하게 하다보면 안넘어지고 안다칠거 같은데 크고 나니까 그 때 안다친거 그 몫까지 정신이 다쳐주더라고요. 다친다는 것도 관점이 다 다르지만 제가 봤을 때 좌절하고 멘붕한게 다른사람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시달리고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내가 시험점수 고민하는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좌절'이 무엇이었다 얘기는 못하겠어요. 아무래도 어릴때부터 좋게 말하면 혁신정신, 나쁘게 말하면 반항아정신 때문에 주변에서 불편해하셨던 거 같아요. '넌 왜 그냥 지나갈 문제를, 좋은게 좋은거지 뭘 그렇게 따지냐' 이런 얘기들이 지금같으면 그냥 받아들였을 텐데 그땐 그게 다 상처가 되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꾸 가끔 그런것들이 떠오를 때는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한데 그런걸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어요. 또 한가지 제약은.. 현실적인 문제에요 사실. 정말 머리만 느리게 걷는게 아니라 발도 느리게 걷고 싶은데 시간이 없거나 당장 대학원입학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이런 식이 되면 현실적인 제약이 생겨버리는 거잖아요. 돈이 없거나(웃음) 그럼 누가 보자고 해도 못보고. 그런 제약들이 저에게는 걸림돌아닌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해요.
과거에 학교들어오기 전에 저항심을 가지고 있다가 조인트를 까였(?)던 트라우마가 남게 되더라고요. 사실은 학교 들어오면서 참 좋았던게, 다 오픈이 되어있으니까. 어떤 생각의 교류가 되었던 같이 공부하는 형누나 선배님, 교수님도 그렇고 대학 안팎에서 만나는 분들이 지금은 제 철없는 생각들을 열린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제가 스스로 나중에 변화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되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그 떄만 해도 제가 만났던 분들은 제가 운이 안좋았는지 제 생각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그런걸 왜 따지냐 불편하게,라고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나이가 어린데 그런걸 얘기할 자격이 되냐는 소리를 많이들었었어요. 지금은 그런 얘기를 전혀 듣지 않지만 그때는 그게 상처가 되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제가 그래서 사춘기였다면 사춘기였던거 같고. 저는 큰 상처는 없지만 그런 상처들이 제게 제일 크지 않았나. 하필이면 그 시기에 아버지께서 편찮으셨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아버지 걱정도 많이 되고, 어머니도 아버지 간호하시다가 같이 편찮으시니까. 그때는 외형적으로는 그렇게 멘붕이 오고, 내면적으로는 그런 멘붕이 오고. 사실은 그런 문제가 생겨도 가족들이 아프니까 말을 더이상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 때는 지나갔는데 지금 대학 3학년 된 이 시점에서 가족들이 건강해지니까 약간 배가 불렀는지(웃음) 그 때 정신적으로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 튀어나오더라고요. 그 때 속상했던 마음들이 나오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상관없이 다시 멘붕이 오고 SNS에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얘기를 올렸었어요. 어느 정도 진심을 담고 있었던게 어느 순간이 되니까 점차 죽음이 두려워지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해야 사람이 죽으려고 안하는데 그 때 생각들이 하나하나 튀어나오면서 그랬던거 같아요. 요즘은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서 많이 좋아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비타민.
내가 죽고 싶을 때 딱 세가지만 생각해요.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는가?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가 있는가? 그리고 내가 꿈꾸고 싶은 것이 남아있는가? 지금은 그 세가지가 다 있어요. 그게 제 인생의 비타민이 되는 거죠. 제가 사랑하는 게 가슴으로 품고있는 열망이라든지 지키고 싶은 것들 믿고있는 가치들도 있고, 또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또 무엇보다도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요. 학과에서 매일같이 만나면서 가슴속에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는 형 누나들이나 정말 좋은 멘토가 되어주시는 인생의 선배님들,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주시는 선배님들도 계시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좋은 어른들도 계시고, 저를 포함한 우리 학생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시는 학교 교수님들도계시고요. 그리고 인터뷰 하시는 선배님도 저를 마주보고 인터뷰하시는 동안에는 저를 생각하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거잖아요. 사랑이라는 것도 그것도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방법이고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존재들, 그리고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자체, 이 세가지 때문에 죽을 수 없을거 같아요. 제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진 어려울 거 같아요. 강력하게 추천해요. 내가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꼭 생각해보면 자살률을 좀 낮출 수 있을 거에요.
미래의 13학번 동생(!)들에게 전하고싶은 메세지
작년에 경기도에서 하는 차세대위원회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원래 엠티같은걸 가면 잠을 안자요. 특히 거기 모인 학생들은 사회참여도가 높은 학생들이니까 밤에 여러가지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걸 다시 이야기해볼까 해요. 첫번째로 수능시험일까지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야간자율학습, 학원, 수능떄문에 온통 사회이슈가 몰려있으니까 내 부담감도 더 커지고, 또 그 중에는 재도전하는 학생들도 있을거고요. 그게 고통스러운 문제잖아요. 그런 얘기들 들어보면..... 모두 힘들대요. 문제가 있대요. 바꿔야 된대요. 맞는 얘기고 저로서는 세심하게 느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깊게 고민하게 되는 문제인데 정작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고 다음해 3월에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하면 이 시절의 기억들이 많이 사라지나봐요. 대학 1학년이 되면 완전 딴사람이 되는 거죠. 여기 일은 내 세상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 배운 걸 그대로 따다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 좋고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너무나 열심히 하고 있어서 충분히 만족스럽고 충분히 고마운 일이지만 그때 겪었던 상처들은 기억은 하고 있
어야 되요. 그걸 기억하는 순간 이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를 하게 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한번이라도 대안을 고민해봐야 해요. 좌절하더라도 한번은 고민해야되요. 느리게 걷는 걸로 시작했지만 머무는 것도 필요한게 느리지만 한번은 생각이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 한 문제에 오래 머물다 보면 머릿속이 마인드맵처럼 되게 복잡해져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데 공부를 하면서 숙제도 해야하고 다 좋은데 많은 시간 필요 없고 집에가서 너무 피곤할 때 눈감고 5분만이라도 편하게 한번 야자타임처럼 생각을 해야됩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한번 까보고 얘길 하자. 내가 왜 영어를 해야하지? 왜 영어지? 영어가 왜 세계를 재패하게 되었지? 국가에서 영어만 너무 장려하는 건 아닌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왜 영어지? 생각을 해볼 수 있잖아요.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이 머물게 되고 그게 영글어지면 문제의식으로 클 수 있거든요. 그럼 그걸 세상에 펼쳐놓고 그걸 조금씩 보여줬을 때 그 생각이 모여서 변화가 되고 결국은 세상을 움직이는 조용한 흐름이 되고 혁명이 되는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그 말을 참 좋아해요. 제 좌우명은 '꿈꾸는 사람들이 세상의 희망이다'인데 제가 힘들때마다 힘을 얻었던 얘기가 그거였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해석이 분분하고 가서 물어볼 수도 없는데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강물이 어디서 시작을 하고 어디로 흐르든 간에 계속 흘러야 하는 숙명이잖아요. 강물이 멈출수는 없고. 거기에 있는 조그만 것들, 돌도 끌어내릴 수 있고 흙도 끌어내릴 수 있고. 결국은 상류에서 중류를 거처 하류까지 가서 삼각주가 펼쳐져서 땅이 모일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궁극적으로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건데, 강물은 그 과정에서 바다로 가는 그 길을 놓치지 않고 우리가 모르는 새에도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거든요. 여기있는 물은 언젠가 바다로 가게 되기 마련이고. 그러면 결국은 바다로 갈 때까지 강물이 흘러간다는 얘기인데 사람들은 생각을 그런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강물이 당연히 흐르는 것을 보이고 느끼고 드러나야만 성공적으로 내가 흘러가고 있구나, 소리라도 들려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물론 열심히 사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보이지 않는 그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그 치열한 과정이 그 자체도 너무 소중하다고 확실히 믿어요.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은 그 강물이 자신의 꿈을 안고 그걸 데리고 가서 바다로 가는 길까지 가려고 끊임없이 갈망하고 꿈꾸고 있다. 처음에 그렇게 과거의 일들을 기억하고 머물러서 생각하면서 문제의식을 쌓아가게 된다면 그것이 보이지 않고 성과로 당장은 나타나지 않아도 그게 흘러흘러서 언젠가 우리가 꿈꾸는 바다로 갈거라는 거죠. 의외로 좋은 비결인게 그렇게 생각을 자꾸 하면 생각이 크리에이티브해져요. 자신의 각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그 덕분에 더 높은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고요. 늘 내가 포커스 맞춘 그 자리에 머물러서 생각하고 각자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풀어가는 과정, 비록 성과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그걸 믿고 달려가는 과정이 언젠가는 우리를 바다로 이끌고 가주지 않을까. 저 역시 그런 강물처럼 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13학번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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