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저씨들이 잔뜩 서있는 가운데 최민식과 하정우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그림.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포스터다.
범죄와의 전쟁이지만 나쁜 놈들이 판을 치는 역설적인 세상.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부산의 세관원이던 최익현(최민식 분)은 뇌물수수 혐의로 해고 위기에 처하자, 적발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하기 위해 조폭 최형배(하정우 분)와 손을 잡게 된다.
본격적으로 반달(건달과 일반인의 중간정도)의 세계로 들어간 최익현은 자신의 진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짜 가족들을 만들어낸다.
경주 최 씨 충정공파라는 가문을 내세워 법의 그물망일 이리 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 교회까지 연줄을 대는 모습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가문으로 이어낸 주먹 쓰는 나쁜 놈 최형배와, 머리 쓰는 나쁜 놈 최익현이 모여 그들은 승승장구를 해나간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다.
최익현과 최형배 이외에도 2인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김판호, 최익현의 동서 김서방, 최형배의 수하까지 건달들은 물론이고
진짜 악질 – 권력과 머리를 다 가진 조범석 검사까지... 빈총을 들이댄 최익현에게 콧방귀를 끼면서도
결국 그 빈총을 쓸 수밖에 없는 그들...... 이 영화는 제목대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다.
하정우와 최민식 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기에 이 영화는 일단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뿌리 깊은 나무’에서 무사 무휼로 이름을 날린 조진웅과 명품 조연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마동석 까지 일명 ‘배우 발’이 대단하다.
그런데 기대를 했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꽤나 지루하다. 같은 플롯이 반복 전개되는데 러닝타임마저 2시간 13분이다.
최익현이 로비를 하고, 배신을 거듭하는 모습이 하나의 무용담을 듣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민식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최민식은 시사회에서 러닝타임이 너무 짧아 작품이 아쉽다고 했다.
133분이라는, 상업 영화치고 매우 긴 영화의 러닝타임을 보고 의아하겠지만 원 시나리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토요일에 만난 사람에 나온 최민식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때로는 지루하고 듣기 싫은 아저씨의 무용담을 듣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밤새 소주 몇 병을 비우고 동터올 때 비틀거리며 일어날 때쯤까지의 느낌을 더 부여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영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최익현(최민식 분)만 부각이 되고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등의 걸출한 배우들은 최익현의 들러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연기는 역시나 매우 뛰어나지만 캐릭터가 앞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익현의 무용담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연출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아저씨의 무용담이지만 최익현은 멋있지 않다. 나쁜 놈들을 그린 만큼 멋있기보다 때로는 한심하고 ‘찌질’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일어나 비틀거리며 나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은 초라할 것이다. 들이대면 처음에 겁을 먹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피식하고 비웃게 되는 ‘빈총’처럼 그의 말로는 결국 초라하다. ‘대부님’이라고 부르는 날 선 칼 - 최형배의 목소리를 듣는 그의 얼굴은 아저씨의 초라한 뒷모습 같은 느낌이다.
영화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살아있네.
지루한 이 영화는 이 대사처럼 살아있다.
정말 살아있는 나쁜 놈 이야기 같다. 최익현이라는 캐릭터도, 배우들의 연기도,
최민식이 느낀 시나리오의 첫인상도 모두 살아있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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