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군의 시사노트 25회]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파도 너~무 아파! ─ 캠퍼스푸어
안녕하세요 씩군의 시사노트 정주헌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님은 그의 저서를 통해
'그 나이 땐 나도 아팠다. 그 때는 다 아픈 거다. 그 아픔을 훌훌털고 일어나라'는 말씀을 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학교에도 오셔서 훌륭한 강의를 해주시고 간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난도 교수님을 좋아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파도 그 아픔을 묵묵히 이겨내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조금은 '징징'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어른 아이(김난도 교수님 표현입니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청년이 의젓하고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 같이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징징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힘든 일일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하우스푸어 이후로 나오는 각종 '푸어'(캠퍼스푸어,허니문푸어,렌트푸어,워킹푸어,소호푸어,리타이어푸어 등등...),
그 중 "캠퍼스푸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우석훈 박사의 저서 <88만원 세대>의 88만원 세대와 비슷한 용어라고도 할 수 있겠죠.)
1. 캠퍼스푸어(Campus poor)란?
캠퍼스푸어의 뜻은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로,
졸업을 해도 취직이 잘 되지 않아 빚만 남게 되고
그나마 취직을 해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쓸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어학세걔사 이야기] 블로그 http://world_win.blog.me/30146183443 발췌)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빚을 내기 싫어서(금리가 낮아도 '내야할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은 자명하니까)
억지로 있는 돈 긁어모아서 등록금을 내는 사람들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러하옵나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3포 세대"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요,
3포 세대는 3가지를 포기한 세대의 약어로,
그 3가지는 연애, 결혼, 출산을 뜻합니다.
'캠퍼스푸어'의 발생으로 자연스레 '3포 세대'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한 것이겠죠.
<알바몬>에서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나는 캠퍼스푸어인가?"라는 질문에 56.7%가 그렇다, 18.4%가 아니다, 25%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응답자의 약 60%, 5명 중 3명이 캠퍼스푸어라고 답했다 것 입니다.
"학비 때문에 경제적인 불편함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는 83.5%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알바몬>에서 하는 설문이 전체 학생을 대변해줄 수 있는 표본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많은 수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한다면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캠퍼스푸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구체적으로 뭐가 문젠데?"
다음은 <서울경제> 이유미 기자가 작성한 「연체이자에 울고…금리차별에 멍들고…서러운 캠퍼스푸어」(2012.11.19.)의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한지혜(29ㆍ가명)씨는 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월평균 손에 쥐는 급여는 100만원 수준.
이 중 60만원은 학자금대출 원리금으로, 20만원은 부모님 생활비에 보태드리고 나면 차비조차 빠듯하다.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다.
지난 2003년 대학에 입학한 한씨는 2005년부터 6차례 주택금융공사에서 운용하는
연 6~7%대의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이용했다.
지금은 대출 원리금을 합해 2,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한씨는 오는 2014년까지 학자금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때쯤이면 한씨 나이도 30대 초반. 20대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쏟아부은 셈이다.
한씨는 "다달이 대출 원리금을 갚는 부담감도 크지만 10년 넘게 요지부동인 6~7%대 고정금리도 야속하다"며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금리인하 등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완벽하게 공감은 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느껴지실 것입니다.
학자금 대출은 순기능도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금리입니다.
학자금대출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사업으로
2009년 2학기부터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학자금대출 금리는 당초 5.8%에서 올 초 3.9%까지 낮아졌습니다.
(기준 금리 인하로 인한 반영)
하지만 장학재단 출범 이전 ⓑ주택금융공사에서 시행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은 2005년부터 2009년 1학기까지 시행됐는데
이는 최저 6.58%에서 최고 7.8%까지 적용됐습니다.
한번 적용된 금리는 최장 20년 동안 변동이 없습니다.
4년간 대출된 금액은 7조 7,727억 원이라고 하네요. 이 중 10월 말 기준으로 3조 9,509억 원(약 51%)이 갚아지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가계대출이 전국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무너뜨리는 큰 문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의 금리도 평균 4.99%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한국장학재단의 금리는 낮은편이기는 하나,
사실 ⓓ시중 은행 금리가 3%후반~4%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의 금리도 낮다고는 할 수 없겠죠.
(저축은행들 같은 제2금융권의 금리는 대개 5%대 입니다.)
(2012년 11월 ⓔ기준금리(한국은행이 제시하는 금리)는 2.75%입니다)
★정리
2005년~2009년 1학기 :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금리 6.58~7.8% (잔액 3조9509억, 총 대출금액의 약 51%)
2009년 1학기~2012 초 :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금리 5.8%
2012 초 :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금리 3.9%
ⓐ 한국장학재단 현재 금리 3.9%
ⓑ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금리 7.19%(최저 6.58%~최고 7.8% 단순 평균)
ⓒ 평균 가계대출 금리 4.99%
ⓓ 평균 시증은행 금리 4%대
ⓔ 기준금리 2.75%
그냥 짧게 말씀드리면 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연체금리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장학재단 학자금대출 모두
3개월 이하 연체시 연 15%,
3개월 이상 연체시 연 17%
의 금리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20%에 육박하는 금리는
'공공기관'이 책정한 금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금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체하는 사람이 없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불가피하게 연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문제인 것이겠죠.
지난 해 3월 말 연체율은 2.98%,
올해 10월 말 5.85%.
약 1년 반 동안 연체율이 무려 2배 증가했습니다.
1년 반 사이에 일부러 안 갚으려는 사람이 두 배나 늘었을까요?
그렇다기보단 '못' 갚게된 상황이 늘어난 것이라고 보는게 더 맞겠죠.
장학재단 내 신용회복프로그램이 있기는 합니다.
대출 원금 20%를 한번에 갚을 경우 기존 연체이자와 향후 발생할 대출이자를 면제해 주는 것.
만약 20%를 한번에 못 갚을 경우 원금의 3%만 받고 연 이자를 9%를 받는 것이 있습니다.
다만, 생활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에겐 비현실적인 제도입니다.
3. 개(假+ㅣ)생각
현재 대통령 유력 세 후보 모두 반값등록금을 외치고 있습니다.
학자금대출 문제, 캠퍼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좋은 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대학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선
세금을 확보해야할 것입니다.
(대학이 그냥 반으로 줄여줄게~하지는 않을테니까요(최소 정부보조금이 늘어야지))
세금을 확보하는 데에는 증세도 있고, 다른 곳에 투입되는 세금을 전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증세를 할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에게 돈을 얼마씩 더 달라고 할 것인지, 그 액수는 어떤 의견도출과정을 사용할 것인지, 만약 안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증세할 액수는 얼마나 될 것인지, 그 액수를 어떻게 대학등록금 감소에 사용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야하며
다른 곳에 사용되는 세금을 전용하려면, 어떤 부분에서 얼만큼 씩 세금을 전용할 것인지, 직접세인지 간접세인지, 왜 직접세/간접세를 선택했는지, 빼는 부분에서 어떻게해서 줄일 수 있는지, 현실적인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것인지,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야할 것입니다.
캠퍼스푸어만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풀어야할 숙제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 아프신가요?
저도 아파요...ㅠㅠ
우리 서로 아파하지만 말고
상처치료를 위해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캠퍼스푸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날까지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날까지
우리 모두 힘냅시다!
그래도 힘들 땐 서로 징징거리고 서로 보듬어 주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힘들 땐 징징거리고 칭얼대세요.
그것도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기만 하지맙시다. 특히 당신의 생명은.
이상 시사노트 25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