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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컨텐츠/씩군의 시사노트

[씩군의 시사노트 4회] 다문화? 단일문화!

안녕하세요 가천대 시사노트 정주헌입니다.

시사노트 네 번째 시간이네요.

이제까지 정치적 이야기를 다루어 왔었는데요,

오늘은 사회적인 이슈를 한번 다뤄보도록 하죠.

 

이번 회는 다소 학술적인

얘기를 많이해서

지루하실 수도...있습니다...orz 

 

오늘은 지루하니까 브금~ 어예!

...을 삽입하려고 했으나 저작권 문제로 안되겠군요 ㅠㅠ

당신의 현란한 비트박스로 자체 브금을 해봅시다..그리고 끝까지 읽어봅시다;; 홧팅;;;

 

수원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비난 여론뿐 아니라 실제 행동들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게시판에는 폐지를 요구하는 게시글들이 무수히 올라오고

외국인으로 비례대표가 된 이자스민에 대한 비난과 욕설,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따돌림하는 학생들 등...

 

'다문화 정책'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사태는 왜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되었을까요?

 

 

 

1.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의 배양효과 이론(Cultivation theory)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조지 거브너는 '폭력효과연구'를 통해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폭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실재 일어나는 사건보다 더 많은 '폭력'이 일어난다고 느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연구 방법과 연구의 한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수원시 살인사건을 크게 보도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세상이 흉흉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 것입니다.

본인 또한 아는 여학생에게 가끔 인삿말로 "밤에 일찍들어가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무서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원시 살인사건을 보도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국인의 살인사건은 가해자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는데

어째서 외국인의 살인 사건은 외국인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는 것일까요?

 

 

2. 로버트 데이비드 퍼트넘(Robert David Putnam)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tial)

미국의 정치학자 퍼트넘은 그의 저서 「혼자 볼링하기」(Bowling alone)에서 사회적 자본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사회적 자본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결합(Bonding) 사회적 자본, 다른 하나는 연결(Bridging) 사회적 자본입니다.

결합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이 사회화 과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친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형제와의 관계, 학교를 다니면서 교우 관계를 맺은 친구들, 주말에 종교에 나가면서 만나게된 사람들

등등이 모두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저서에서는 이러한 결합 사회적 자본조차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결 사회적 자본이란

이질적인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는 '친분'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인들과 외국인들 사이에서 생기는 친분이 곧 연결 사회적 자본인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외국인들과의 접촉 기회가 많아지고

다문화 정책으로 인해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연결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그러한 작용을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러한 인식때문에 또한 다문화 정책이라는 것도 생겨난 것일 테지요.

 

다문화 정책으로 생겨나나 했던 연결 사회적 자본은 그 싹을 제대로 틔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린 실태가 벌어져 굉장히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유독 백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동남아계열이나 국내인을 제외한 동양계, 아랍계, 아프리카계 등에게만 비난 여론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 기호학(Semiology)

기호학의 전제는 하나의 기호(sign)는 의미(meaning)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대상에는 사전적 의미인 1차적 의미(denotation)가 있지만 그 안에 2차적인 의미(connotation)가 있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비둘기가 있습니다,

비둘기는 사전적인 의미로 조류 비둘기목 비둘기과의 총칭이고, 보통 그냥 새라고 생각하죠.

요즘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평화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2차적인 의미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외국인을 세분화해서 생각해봅시다.

백인하면 그냥 피부가 하얀 외국인입니다.

동남아인하면 그냥 피부가 약간 거무잡잡한 외국인이죠.

중국인이나 조선족하면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외국인입니다.

(조선족을 꼭 외국인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해두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동등하게 '외국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백인하면 어딘가 젠틀할 것 같고, 범죄 같은 것은 관계없을 것 같고, 또 왠지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남아인이라고 하면 외국인 노동자, 뭔가 천박한 듯한 이미지, 가난하고 비루할 것 같은 생각을 합니다.

또한 중국인이나 조선족이라고 하면 왠지 천할것 같고, 시끄러울 것 같고, 더러울 것 같고 나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즉 각 외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은 이러한 기호학의 2차적 의미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실제로 미군 등 백인이 일으키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요.

백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이 사건사고를 더 많이 일으켜서 그런 것일까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백인까지 모두 비난하자는 주장은 아닙니다.

 

4. 성찰의 필요

한인계 학생이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였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한 두번 있었던 일은 아니지요.

미국 사회에서 일부 사람들에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들이 그 사건을 두고 대대적으로 사회 문제가 될 만큼

한국인 전체를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건의 책임은 가해자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사회도 이러한 각성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살인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사건이고

피해자 가족과 친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전혀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도 크나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한 사실은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살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건도 분명히 심각한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책임져야하는 것은

가해자 당사자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한 외국인이 벌인 사건 때문에

국내에 있는 전체 외국인이 피해를 입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역지사지(易之思之) 해 봅시다.

당신이 외국에 나가있다고 가정해 봅시다.(실제 외국에 계실수도 있지만)

당신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서 한국인이 살인 사건을 저질렀습니다.

외국인들이 당신이 살고 있는 집에 돌을 던지고 벽에는 욕설로 낙서를 해놓습니다.

밖에만 나가면 혐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심지어는 심한 욕설도 퍼붓습니다. 당신에게 침까지 뱉습니다.

당신이 다니는 한국인이 많은 교회 앞에 외국인들이 단체로 시위를 벌입니다.

한국인의 추방을 요구하고 당신이 사는 지역의

지방지와 지역 케이블에서는 한국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요?

 

이상 가천대 시사노트 4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__)